안녕하세요 지인입니다.
저는 대기업을 취재하는 산업부에서 활약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산업 관련된 뉴스만 읽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최근 영화관에서 슬램덩크를 보고난 후 관련 콘텐츠를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정말 이상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기사를 봤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한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모든 기사에는 어느 정도 기자의 주관이 들어가곤 합니다. 그러나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이 자신의 주장만 써내려가면 결국 이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없고, 많은 비판을 듣게 됩니다. 즉 정확한 사례를 인용해 글을 써야 비판 받지 않는 글이 완성된다는 말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마초적인 설정에 헛웃음이 나온다 △과도하게 거대한 남성의 몸과 어마어마한 신체 능력과 운동신경이 강조된다 △정대만의 폭력성이 과도하다 등의 얘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닌 듯?? 하지만 이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슬램덩크라는 만화가 어디에서 연재됐는지 알아봅시다.
슬램덩크는 1990년 주간 소년 점프 42호로 연재를 시작해 1996년 27호로 연재가 종료됐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바로 ‘소년’ 입니다.
일본에서는 많은 만화 잡지들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잡지들은 각자 차별화된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 점프는 일본 만화계에 최대 인기 잡지이며 드래곤볼을 비롯해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를 탄생시킨 엄청난 업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소년 점프의 주 구독자는 대체 누구일까요??? 물론 만화를 좋아하는 성인도 상당 수 있겠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주 구독층 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 남자라면 누구나 키크고 잘나가는 서태웅 같은 캐릭터를 좋게 봤을 것이며, 얼굴보다 근육과 힘에 더 관심 있는 친구들은 채치수, 변덕규와 같은 캐릭터를 더 호의적으로 봤습니다.
즉 소년 점프에서 슬램덩크 연재를 시작했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목표로 삼고 싶어 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이는 소년 만화의 왕도이며 이 같은 법칙을 따라가지 않는 만화는 바로 연재 중단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다른 예로 다소 소년 만화 궤에서 벗어나 있지만 점프에서 수년간 연재된 데스노트를 살펴봅시다.
데스노트 주인공 라이토는 전국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얼굴, 기억력, 주도면밀한 계획까지 정말 엄청난 스펙을 갖췄습니다.
이런 주인공이기에 비록 잘못된 방법이지만 세계를 손에 넣고 싶어 하고, 이러한 광기와 같은 사상에 많은 독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즉 소년 만화는 최소한 어느 정도 롤 모델이 되고 싶어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말입니다. 선이든 악이든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리고 정대만의 폭력이 문제가 있다는 발언도 전혀 업계를 이해하지 못한 발언입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소년 점프에서 슬램덩크를 연재하면서 ‘농구’만을 주제로한 만화를 그리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그의 만화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림 또한 수려하지 못했으며 독자들은 농구를 주제로한 만화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점프 편집부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 학원 폭력물을 일부 첨가하는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만화 업계는 냉정한 곳입니다. 인기 투표에 좌지우지 되는 영역이며 당시 시대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내용은 학원 폭력물 이었습니다. 편집부는 이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 조언을 한 것입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농구만을 위한 만화를 그린다고 할지라도, 그 전에 연재 중단에 처하게 되면 죽도밥도 안되는 상황이 됩니다.
그렇기에 정대만의 폭력요소를 추가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인기를 일정 부문 확보하고, 이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해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불꽃남자 정대만’이라는 캐릭을 정립한 것입니다.
슬램덩크만 제가 계속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 사례를 한번 체크해 보겠습니다.
카트캡터 사쿠라(한국명 : 카드캡터 체리)는 일본 소녀 만화 잡지 ‘나카요시’에서 연재 됐습니다.
소녀 만화답게 이 만화의 그림체는 정말 유려 합니다. 다양한 의상 코스춤 그리고 귀여운 마스코트 캐릭터까지 여러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음지에서나 활성화 됐을 BL 요소 까지 갖췄기 때문에 만화 및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던 시기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찌 보면 도덕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요소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콘텐츠는 만화에 불과합니다. 어떤 요소가 포함돼 있건, 이 작품은 돈을 벌기 위해서 제작된 상업물이고 이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그냥 작가에게 이유없이 비난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러분 만화는 만화로 봅시다. 그리고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을 끌어 모으는 것입니다. 이 영역은 산업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며 윤리,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매우 틀리다고 저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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